(글) "왜 내가 사면 떨어질까?"

"왜 내가 사면 떨어질까?"에 관한 고찰.


아마 많은 트레이더분들이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법한 주제입니다.

"왜 내가 사면 떨어질까?"

"잘 가던 놈도 왜 내가 사면 멈출까?'

"왜 사자마자 마이너스로 시작하지?"

이런 생각들이죠.


저 또한 저런 경험을 해본 적이 많습니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는 거의 80% 확률로 저런 경험을 합니다.

그러나 상심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내용은 전 세계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내용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이번 글에서는 "하필 내가 사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으신 뒤에는,

"왜 내가 사면 떨어질까?" 하며 걱정하는 일은 비교적 줄어들 것 같습니다.


먼저 예시를 하나 들겠습니다.

(상황을 상상하며 읽어주세요)

어떤 종목이 잘 올라가고 있습니다.

나는 이 종목을 살지 말지 고민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저항을 돌파했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매수를 진행하죠.

그런데 잘 올라가던 종목이, 내가 사자마자 멈칫멈칫합니다.

혹은 소폭 조정을 받기도 하죠.

이는 다시 말해 "내가 사자마자 떨어지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아마 이것이 우리가 흔히 보는 풍경일 테죠.


또 다른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종목이 잘 내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종목은 전도유망하다고 평가받는 종목.

끝없이 추락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더 떨어지지 못할 것 같다는 판단이 섰죠.

그리고 매수.

그러나 내가 사자마자 더 떨어집니다.

그렇게 떨어졌는데 내가 사고 나서도 더 떨어지네요.

이 역시 똑같이 "내가 사자마자 떨어지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마지막 예시입니다.

어떤 종목이 횡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횡보 이후에 위로 올라갈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매수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내려갑니다.

역시나 "내가 사자마자 떨어지는 경우"에 해당하죠.


즉 올라가는 도중에 매수를 하든, 내려가는 도중에 매수를 하든, 횡보하는 도중에 매수를 하든.

그 어떤 경우에서도 나는 '파란불'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나의 원금이 조금 깎인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죠.


그러면 딱 이런 생각이 듭니다.

"왜 하필 내가 사면 떨어질까?" 하는.

마치 누가 내 방에 cctv라도 달아둔 것 같은 기분이 들고는 하죠.


그렇다면 이와 같은 현상은 도대체 왜 발생하는가?

왜 이렇게 개미를 못 살게 굴어서 안달인가?

나는 돈 좀 벌면 안 되는가?

대답은 간결합니다.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왜 내가 사면 떨어지는 게 자연스러운 걸까요?

투자는 원래 어려운 것이라서? 아니요.

개미는 원래 돈을 벌 수 없는 구조라서? 아니요.

세력이 정말로 내 책상 아래에 cctv를 달아두어서? 이것도 아닙니다.

이 모든 것들은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내가 사면 떨어지는 이유.

그것은 바로, 내가 매수한 자리가 '마지막 저점'이 아닌 이상, 필연적으로 마이너스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올라가는 도중에 매수를 해도 일시적으로 파란불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매수한 가격 이후로 한 번도 쉬지 않고 올라갈 확률은 20%가 채 되지 않으므로.

내려가는 도중에 매수를 해도 일시적으로 파란불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매수한 가격이 마지막 최저점일 확률은 20%가 채 되지 않으므로.

횡보하는 도중에 매수를 해도 일시적으로 파란불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매수하자마자 횡보가 끝나고 상승할 확률은 20%가 채 되지 않으므로.


즉 우리는 80% 이상의 확률로 '일시적 파란불'을 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점은, 이게 나한테만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란 부분이죠.

차트는 늘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을 뿐.

하지만 내가 매수를 한 순간, 확증 편향이 발동하여, 마치 나만 피해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뿐이란 것이죠.

(이는 나보다 더 좋은 평단에 매수한 사람들도 '일시적 파란불'을 견딘 이들이란 말과도 같습니다)


'손실 회피 심리'라는 게 있습니다.

100만 원을 벌었을 때의 행복감보다, 100만 원을 잃었을 때의 불행감이 2배 이상 더 크다고 합니다.

이러한 심리는 과거에는 아주 유용했습니다.

사냥을 하다가 다치면 생명에 지장이 생기므로.

사냥감에게 2배의 상처를 내는 것보다, 나에게 발생한 작은 상처가 더 고통스러운 것이죠.


그러나 오늘날 투자 시장에서는, 이 심리 효과가 우리를 방해하기도 합니다.

수익보다 손실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감정 동요를 일으킵니다.

그리고 감정 동요는 투자 시장에서 썩 좋은 요인은 아닐 테죠.


100만 원을 벌었다가 100만 원을 잃으면 실제로는 원금 그대로입니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감정은 손해 본 듯한 기분이 들죠.

그리고 이러한 심리는 다음 매매에서 나를 조금 더 무리하게 만들고는 합니다.

심리의 함정에 빠진 것이죠.



요약해 보겠습니다.

1. 내가 사자마자 떨어진다?

대체로 거짓입니다. 차트는 원래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2. 심리의 함정에 속으면 안 됩니다.

유전자에 각인된 심리 효과는, 오늘날 우리를 함정에 빠트리기도 합니다.


3. 무작정 존버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글은 '파란불을 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그냥 잠자코 버티면 된다' 라는 내용이 아닙니다.

내가 진입했던 근거가 붕괴된다면 분명히 전략을 재점검해야 할 것입니다.

일시적 파란불을 보는 것은 필연적일 수 있으나, 이 말이 '평생 동안 파란불을 봐도 좋다' 라는 의미가 아님을 이해해 주시길.


이상입니다.

그럼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매매 권유 아닙니다. 개인 관점입니다. 공부용으로 봐주세요.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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